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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경마의 네팔 여행기 - 11 네팔






첫번째 집 진도가 중간쯤 왔을 무렵 내머릿속에는 오직 "벽화"에 대한 생각밖에는 없었다

벽화를 어떻게 그릴것인지 누가 벽화를 그릴것인지.. 고래가 이쁠까? 내가 직접 그릴까?

붓을 들어? 말아?.... 이런 번민의 시간을 보내고있을때 1미터쯤 되보이는 양쪽을 막은 굵은 플라스틱 파이프를 

등에 매고 현장 앞길을 지나가는 아저씨를 봤다



나는 그 플라스틱 통안에 멋들어진 네팔 전통그림이 들어있을거라고 확신했다 

플라스틱파이프로  만든통을 이용해서 구매한 그림을 포장해준 동남아 화가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며

아저씨는 멋들어진 네팔 전통모자를 쓰고있었다  이 아저씨를 화가라고 직감했다


마침 통역을 해줄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손짓발짓으로 통을 열어봐

줄것을 부탁했다 그림이 예쁘다면 흥정을 통해서라도 벽에 그림을 그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통안에 들어있던것은 그림이 아니라 "화살"이었다 





촉이 날카로운 화살들... 화살깃 역시 굵고 화려한게 요즘 보기드문 수작이었다 

손짓발짓으로 나도 반드시 해보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했고 그아저씨는 손짓으로 공항반대편 

어딘가에서 활을 쏘고있다는것을 나에게 알려줬다 


철물점 사장님에게도 도움을 구했다 그나마 영어를 할줄아는 사장님역시 네팔 죽궁 운동을 하는

궁도인 이었는데 위치를 대략적으로 설명해주고 지나가는 사람을 만났을때 보여주며 길을 물어볼

네팔어로된 화살터 지명도 적어줬다 






한참을 헤메이다가 겨우 발견한 포카라 죽궁협회 

그렇게 나의 네팔에서의 죽궁생활은 시작됐다





- 네팔 궁도 사부님인 마스터 뱀 -



찾아간날이 마침 주말이었기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한발이 정말 쏴보고 싶었지만 초보자에게 위험하다고 했다 

아침이 한가하니 다음날 아침 일찍 온다면 혼자서 활을 연습할수있을거라고 영어를 할줄아는 친구가 조언해줬다 

아침에 밥도 먹지않고 활터로 달려나왔다 그리고 화살터의 관리인이자 나의 스승님 마스터 "뱀"에게 네팔 죽궁

쏘는법을 배웠다 








이때부터 하루도 빠지지않고 활터를 찾았다 






조용히 하루를 시작하면서 하루를 미리 살아보기도했고 차분하게 어제를 다시살아볼수있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활시위를 당기고 있을때 나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않았고 화살이 날아가 과녁에 박힐때 

경쾌함이 너무나 시원했다 






쏜살같은 세월이라.... 쏜살이 바로이런거구나 싶었다






활터에 다니느라 아침을 못먹어서 아침역시 삶은계란 두개로 때워야만 했지만 배고픔보다 활의 만족이

훨씬 상회하고도 남음이었다






- 네팔리 궁사가 화살을 쏘려고 준비하고있다 -




 일단 무엇보다도 이 활터의 입지조건이 아름다웠다 활터 옆으로 깊은 계곡의 강이 하나 흐르고있었는데

바위에 부숴지는 물소리가 항상 장쾌했다 또 절벽을 막아주는 대나무 숲의 푸르름이 청명하기 그지없었으며

바람이라도 조금 부는 날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대잎소리가 나를 한없이 평온하게 했다  날씨라도 맑은날이면

저멀리 마츠푸차레를 볼수있는데 설산아래에서 활을 당긴다는것 자체가 로망이고 낭만이었다 


여기서 대숲에 걸터 앉은 산새가 노래소리를 들려준다면.... 그리고 아침에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대숲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수있는데 이 여러 장면들은 장관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벅차다










이런곳에서 나는 매일 아침 활을 쐈다 










활을 당길때 내지르는 활의 비명소리 - 바람에 흔들리던 대잎도 소리를 죽이고 사시사철 부숴지던 계곡물마저

흐름을 멈춘다 정답게 노래하던 산새역시 조용해지는... 시간과 공간이 멈추는 찰나의 명상!!

세상에 오직 활과 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착각마저 느낄정도의 시간

활을 떠난 화살이 과녁에 맞는 경쾌한 소리가 나를 깨우는 순간 숨죽이고 멈추었던 모든 사물들이 제각기 소리를

내면서 다시 원래대로의 시공간으로 돌아온다







- 오른쪽 대숲 아래에 물이 흐르고 날씨가 좋은날엔 과녁 넘어로 설산이 보인다 오른편 대숲사이로 열어진 틈새로

아침 햇살이 비춰지면 몽환적인 느낌마저 들게한다 -



매일 연습을 했다 하도 많이 습사를 해서 오른손 검지와 중지 손끝 마디에 피멍이 맺혔다 준비해간 반창고를 둘둘 감고

다시쐈다 활을계속 쏘다보니 장비에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 화살중간에 내이름을 적어넣고 아래부분에 한문으로 나의 다짐을  적어넣었다 -


마스터 뱀에게 부탁해서 무거운 장력의 활을 부탁했다 일반사람이 쉽게 당기기에 버거운 활을 만들어달라고했다 

화살역시 일반화살보다 20센치 정도 길게 만들어서 과녁까지 직선거리로 명쾌하게 날아가 주길 기대했다 


화살을 당기기 어렵고 무거울수록 한발 한발이 중요하게 생각될 터였고 살을 쏘기 어려운만큼

한발 한발 더욱더 집중하게 되길 스스로에게 부탁했다 





- 화살촉이 살짝 굵은편  곡사용 화살이다 화살의 궤적이 완벽한 직선은 아니지만 촉이 큰만큼 파괴력은 쎄다-



매주 토요일 활터에서는 활시합이 열린다 비슷한 사람끼리 팀을 나누어 공평하게 팀을 구성하고 

한 게임에 50루피(550원 정도)를 걸고 시합한다 시합방식은 각팀에서 한사람씩 두발의 화살을 쏘아

과녁에 적중하면 1점씩 계산해서 목표된점수에 먼저 도달하는 팀이 이기는 방식이었다 






- 활터 양쪽에 이런 과녁에 한개씩 있다 화살을 쏘고 과녁에서 화살을뽑아서 바로 반대과녁에 화살을 쏜다-


또한 과녁 상단에 지름 5cm 정도의 검정색 구멍이 있는데 만약 시합중 활을 쏴서 여기에 명중시키케 된다면 

활터에서 활을 쏘던 모든사람들이 축하금으로 100루피씩 줬다  - 나도 시합중에 여길 맞추어 보려고 부던히 

노력해보았지만 연습때만 두번 맞춰보고 시합때는 실패했다 


100루피라는 금액에서 눈치를 챘을지도 모르지만 이곳은 네팔안에서도 상당히 고급 운동에 속하는 편이었고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직업이나 교육수준은 네팔평균수준을 상회한다고했다 

(그러나 카스트는 의외로 중간계층 - 활쏘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몽골리안 계통의 인종밖에 없다)




- 자동차와 오토바이들 / 가장 안좋아보이는 거적을 두른스쿠터가 바로 내것이다 -








- 활을 쏘는 네팔 궁사 네팔의 젊은 청년들도 여유가 된다면 활쏘기를 즐기는 편이다 -



네팔궁수의 기본 자세를 보면 알겠지만 과녁과 양 발이 일직선으로 선것을 알수있다 활 역시 수직으로 예쁘게 

서있는것을 볼수있는데 이것은 네팔뿐 아니라 영국, 부탄등 보궁수(걸어 다니면서 활을쏘는)들의 기본 사법이다 

현대 양궁의 기본이 된 사법이다 





- 동네 의상실(?)에서 1000루피를 주고 맞춘 조끼 네팔리 스타일 귀여움??? -



 반면 한국이나 몽골같이 기마궁수(말위에서 활을 쏘는 사람)은 발의 모양이 과녁과 일직선이라기 보다

팔자모양도 아니고 팔자 모양같기도한 애매한 모양으로 서서 활역시 대각선으로 살짝 기울여서 발사한다 

말에타서 말에 걸리지 않게 쏴야 하므로 기본자세가 다른것이다 



처음에는 나도 초보자 그룹에 묶여서 팀대항전에 참가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상급자 그룹으로 올라갈수있었다

활터에있는 네팔 아저씨들도 네팔 문화를 배우려고 아침마다 활쏘는 나를 매우 기특하게 생각해주셨고

덕분에 밀크찌아(우유차)는 정말 원없이 얻어 먹었던것같다 





- 대장 화살 세개를 각각 바닥에 떨어트려 두고 실력이 비슷한 세사람의 화살을 랜덤으로 분배하는게 

팀대항전 팀분배방식이다 처음에 나는 내가봐도 못하는 사람들이랑 같은 시드로 분배되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쏠줄아는 사람들이랑 같은 시드가 되서 팀분배가 이루어졌다 "밥값"은 하는구나 싶었다"







- 팀대항전 점수를 옥수수알을 통해서 카운팅한다 -

심판은 경기장 가운데 앉아서 화살의 명중여부를 평가해주는데 첫발이 명중하면"인" 이라는 큰소리로 

안에들어갔다고 알려주고 두번째 발이 명중하면 "뚜이" 라고 큰소리로 말해서 명중했다는것을 알려준다 

"인"은 영어(IN)에서 유래한 말이고 "뚜이"는 두이따 라는 숫자2를 뜻하는 네팔어에서 유래된것이다 



과녁에 정가운데 (직경 5cm의 까만 원) 을 명중하면 "람러 람러" 라고 소리쳐 주는데 

이것은 네팔어로 좋다는 뜻이다 


활터의 관리인이자 내 스승님인 미스터 뱀이 심판을볼때, 내가 활을 쏴서 명중하면 

가운데 까만색 원을 맞추지 못해도 스승님은 "람러 람러 데레데레 람러" (좋아 좋아 아주아주 좋아) 를 외치시며

말도 잘안통하는 한국제자를 예뻐해주셨고 나는 반드시 연습이 끝나면 스승님과 가볍게나마 

차든 술이든 한잔씩 꼭 먹고 집에갔다 






  이 활터가 매우 사교적인 이유는 이렇다 많은 사람들이 활을 쏘게되면 기다리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많아지고 자기 차례를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이들은 한번에 100루피 정도는 우습게 쓸수있는 네팔에서 어느정도 사회적

지위를 가진사람들이기때문에 이들이 나누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의 정보 수준은 상당히 높은편이다 







- 매주 토요일에는 활터에 식당도 운영되는데 모모의 가격은 50원 맛은 정말없다 -








나는 나를 위해 만들어진 활과 화살을 정말 한국으로 가져오고 싶었다 활의경우 줄을 안걸었을경우 

길이가 150cm를 초과하는 길쭉한 사이즈였기때문에 항공사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오지는 않을까 걱정을 좀 했다 

(항공사별로 수하물에 대한 규정도 천차만별이고 서비스로 넘겨주는 "관용"의 정책역시 천차만별로 다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항공사는 커다란 베낭에 플라스틱 통으로 둘둘말린 나의 "더누스"(활)을 관용으로 비행기에 실어줬으며 

지금은 내방구석에서 다섯개의 아름다운 깃털의 전통화살과 함께 나를 바라보고있다 


지난주에는 동네에있는 논에가서 활을 쏴보았는데 네팔에서 넘어오고 연습을 게을리 했다고 

명중률이 많이 낮았다 


사람이던 무기던 필요할때 써먹기위해서 무뎌지지않게 항시 갈고 닦아야 하겠다 


늦가을 꿩이나 오리를 한번 잡아보는것이 올겨울 목표가 됐다 



얼마나 운이없는가.... 나에게 잡혀줄 불쌍한 그 새는.....







조용히 방 한구석 활에 줄을 걸고 당겨보았다 




눈을 감으니 히말라야가 예 있구나......

덧글

  • 밝은창 2022/12/31 17:52 # 삭제 답글

    포카라죽궁협회 위치 알수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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