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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파라 생활 2014년 12월 23일 스리랑카

오늘 원숭이 사냥을했다

 

일부러 사냥하려고 준비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동이 틀 무렵 이른 아침부터 집주변으로 심어진 망고나무가 걱정된


집주인 아저씨가 내 이름을 다급하게 부르면서 내 새벽잠을 깨웠다



 

어차피 나는 그 무렵이 일어나는 시간이었기도 했고 테라스에서 바라본 원숭이들은 피부가 검정색인 검정 원숭이였다


언젠가 가르치는 아이들 말로는 피부가 하얀 원숭이는 먹질 못하고 검정원숭이는 먹을수있다고 했는데 


불현듯 지난번 애견 땡칠이와 시장보러 산책하는 길에 돌을 던지며 나를 위협하던 덩치큰 검정 원숭이가 떠올랐다



 

시간은 많았다 천천히 밖으로 총을 가지고나갈 준비를 해야했다 근래 현장사업과 시험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느라 


손에서 총을 놓은지 한달정도가 된것같다 총에 영점부터 다시 확인하고 잡아야만 했다 조심스레 영점 표적을 만들고 


테라스 끝에서 다른한쪽 끝으로 영점 획득을 위한 사격을 시작했다 총안 쏜지 한달인데도 클리크는 크게 돌아가 있지 않았다 


세 번의 사격으로 영점을 잡고 나갈채비를 했다



 

마침 스리랑카에 있는 나를 위로하기위해 삼촌이 집에 와있었고 


수렵과 채집을 좋아하는 집안 내력으로 손도끼를 들고 나를 따라나섰다


 

원숭이 사냥은 어렵지 않다 현지인들도 원숭이는 영악하고 간악하며 못된동물로 인식하고있기 때문에 차라리 더 사냥이 위험한 


왕도마뱀보다 총을 쏘는 정서에 관대로웠다 그래서 총을 억지로 숨기고 다닐 필요가 적었다 또한 원숭이 역시 사람을


돌이나 던져대는 귀찮은 존재쯤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원숭이에게 접근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내 총의 유효사거리는 대략 50미터즘 4.5 미리의 확실한 파괴력을 가지기 위해서 되도록 이면 가까이, 그리고 급소에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원숭이 사냥에서 육안으로 확인한 표적을 다시 스코프(조준경)로 정조준을 하는데에는 시간이 조금 걸리는편이고 


이때 보통 원숭이가 슬금슬금 도망가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확인하고 격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50미터쯤 떨어진 담벼락에 담을 따라 뛰어가는 타겟을 확인했다 그리고 곧 격발



 

원숭이가 담장안쪽으로 떨어졌다 



떨어지는 폼새가 무게중심을 잃고 떨어지는 것이 명중한 것이 분명했다 떨어진 원숭이를 향해 그리고 원숭이를 위해 


마무리를 해줘야만 했다 이것은 최대한 고통스럽지않게 짐승을 죽이는것만이 사냥꾼이 짐승에게 대하는 최대한의 예의라고


귀에 박히도록 어릴적부터 배워왔고 나는 늘 그래왔었기 때문이다



 

이웃집 담벼락을 향해 달려갔다 집주인에게 급하게 양해를 구하고 거친숨을 몰아쉬며 원숭이와 마주섰다 


총을 장전한다음 스코프를 통해서 천천히 원숭이를 바라봤다 미간에 한방 정확히 쏴주는 것이 원숭이에 대한 예의가 분명했다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어가는 와중에 스코프 안에서 나와 눈이 마주친 원숭이의 표정은 조금 오묘했다 


죽음을 체감한 약간은 체념스러운 눈빛... 아래턱이 발달한 검정 원숭이 답게 아랫 이빨이 윗이빨을 자연스레 덮은 


골격구조가 그래서 더욱 우울한 기분을 줬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동네에 지속되는 긴 장마때문이었을까 기분이 우울해졌다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이 잠시 망설여진다 


스코프 안 원숭이 눈빛속에서 나를 보았는지도 모르겠고 마지막으로 이별한 그녀를 떠올렸는지도 모르겠으며 


지금은 그녀와 행복하게 있을 다른 누군가를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격발이 평소답지않게 많이 흔들렸고 미간이 아니라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고통스러운 원숭이가 미간을 다시 찌푸렸다


나의 상념이 짐승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지만 원숭이 눈빛속에 스쳐간 그림들이, 그러한 그림들을


떠올리게된 내 속마음이 우스워졌다 죽어가는 원숭이 앞에서 나에게 사랑을 말했던 떠나버린 여자와 그리고 


그 여자의 새로운 인연을 보다니 이게 무슨 병맛이냐 아니 되려 위험한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처량한 눈빛 속에 내 모습이라니...





 

크게 심호흡을 하고 차분히 마지막 격발을 했다 원숭이는 눈을 감았고 이로서 내 상념들도 정리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몇 일전 넘쳐난 저수지에서 투망을 했다 현지 투망이라 얇고 약하며 잘 엉키기 때문에 한번 던지고나면 


다시 그물을 던지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약한 투망이 던져지고 나면 엉키고 망가지고 끊어지게되는 과정에서 


내가 던지는 것은 그물이 아니라 어쩌면 내 마음일 수도있다는 생각을 해봤다



 

다시 던지기 위해서 준비하고 추슬러야 하는 와중에



그래도 던져야만 물고기를 잡는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게 해준 의미있는 우기(雨期)



스리랑카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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